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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오줌냄새가 나는 그방, 운동장 흰눈의 빛
디아나§
2011. 1. 24. 22:45
할아버지는 흐릿한 시야와 혼미해가는 의식 중에도 예전에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던 엄마의 손길을 기억하셨다. 그러고보면 그 시절에 엄마는 며느리로서의 의무감보다 몇걸음 만큼은 더 자발적으로 시중을 들었고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세수를 시켜드리고 난 할아버지의 검버섯난 얼굴이 정말 예쁘다고 진심으로 말하곤 했다. 아기보다 돌보기 어려워진 할아버지는 억센 팔과 고집으로 점차 주변을 힘들게 했고 그 고집은 정정하시던 시절에도 종종 가족 모임을 곤란케 했지만 과거에도 치매가 오기시작하신 때에도 그리고 거진 의식을 놓으신 오늘도 엄마 앞에는 착해진 다섯살 아이처럼 마음 속에 모든 말을 토해내셨다. 실제적인 간호를 책임진 분들의 수고로움도 위대하지만 어떤 종교보다, 엄마의 역할은 그분의 인생 끝에서 의미가 크지 않을까.
엄마, (할아버지에게서) 외할아버지를 봐? 라고 돌아오는 길에 물었더니 응 그런가보다, 라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