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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시작되던 날. 짬뽕밥 그리고 커피, 공부
디아나§
2011. 11. 14. 11:55
선생님 퇴근하고 가도돼요?
잠깐 들르거라.
여섯시에 끝나자마자 대층 걸치고 목도리만 두르고 나왔더니 저물고나면 꽤 쌀쌀할거 같았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여느 이맘때처럼 새로산 책을 쌓아두고 커피를 내린 머그잔이 옆에 있고 (중간중간 담뱃재를 태우며) 머리를 쓰고 계셨다. 사교육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근본적이지 못한 대책에 대해 잠깐 논하다가 - 언어 지문은 상당히 어려웠는데 EBS 기출이라고 한다 - 배가 고팠다. 뭘먹을래, 음.. 밥이요. 여기 어디가 열었으려나? 일요일이라.. 교대는 법무사무소가 대부분이라 주말이면 조용해진다. 밥집들도 거진 문을 닫아서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분식집들 정도가 열려있다. 선생님과 나의 취향은 대개, 그런곳의 조미료에 지쳐있으므로 담백한 밥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심의 미타니야 소바정식이나.
짬뽕밥같은거두 좋은데.. 칸지고고요? 거기까지? 푸하오에 갈까.. 아니다. 너가 짬뽕이라고 하니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었어. 벌써 어둠이 내린 골목골목을 걸어 빨갛고 왕주징이란 한자가 흘려진 간판을 찾았다. 따뜻한 실내에 온통 여기저기 중국 레스토랑(중국집이라기보다) 특유의 빨간색이 보였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 굴 짬뽕 홍(합)짬뽕 낙지 짬뽕 중에 낙지로 고르고 선생님은 잡채밥을 주문하셨다.
근황을 늘어놓으며(나) 스티브 잡스를 말하며(선생님) 낙지 한마리가 통째로 나온 짬뽕국물을 호호 떠마시다가 무척 맵고 따뜻해서 얼얼해진 속을 안고 선생님은 슈퍼에 들러 담배한보루를 사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커피를 내렸는데 선생님 머그잔이 마지막이어서 넌 새거로 마셔라, 하고 갓딴 봉튜의 원두로 고소한 냄새와 커피를 내렸다. 공부를 좀 하다갈래요. 옆방 책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남은 소화기를 마저보고 중간에 단게 생각나서 쑹쓩 추위를 뚫고 편의점에 달려가 아몬드빼빼로를 사와서 한두개 깨작이고 스퍼트를 좀더 올렸다.
가자- 하고 옷을 챙겨입으시는 선생님. 나도 주섬주섬 책을 다시 가방에 밀어넣고 따라 나와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좁은 주차로를 빠져나와 언제나 허망하고 휘황한 강남역에 불빛을 지나 대로의 귀가길에 나는 또 투덜대기 시작했다. 모두가요, 정말 열심히 살거든요. 의과 대학때도 그러했고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가 되어서도 여유없이, 전혀 우아하지않게요. 그렇게 4년이 지나면 우리병원은 나름 좋은 수련 병원인지라 어느 정도 레벨의 그 과 전문의가 만들어져요. 그러고나면. 그후엔 뭔가요. 뭘위해서 그들은 감기환자를 보기위해서, 영광의 그 자리를 향한 긴 눈치보는 생활을 위해 산넘고 산넘어 가는건가요. / 아가들은, 짐승들은, 태어나 아무것도 할줄 몰라도 먹으려고 한다. 그걸 ㅇㅇㅇ의지라고 하지. / 본능 아니에요? / 그래, / 모든게 그저 생존하기 위해 살기위해서 그러는거란 말이에요? / 살기 위해서 라기보다 죽지 않기 위해서 라는말에 가깝다고 본다 / 그게 전분가요? / 그래서 허무한거지.
삼성역에 내리면 택시를 타야겠다, 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사거리를 지났다.
그럼 허영은 뭐에요?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우아한 언니들이 그걸위해 (초인적일만큼) 많은 것들을 견디고 있는걸 봤어요. / 능력 이상의 과욕이지. 자기 것이 아닌 이 나라 사람들이 빠지기 쉽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건 어느 때 벽에 부딪치게 되있고, 곧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채울길을 찾게된다. 쉽게 망가져.
리베이트에서 벗어나야해. 너의 사회도.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난것도 운이고 그것의 결과로 얻은것에 대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지. 아무도 빌게이츠를, 잡스를 욕하지 않아. 오히려 그가 가진 것에 비해 축소한다고 여기지.
침대에 눕자 어떤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음날 일어나 전날의 짬뽕밥을 생각하니 그 느낌은 더욱더 확실해졌다.
- 선생님, 허무해도 제겐 망양루가 있으니까요.
잠깐 들르거라.
여섯시에 끝나자마자 대층 걸치고 목도리만 두르고 나왔더니 저물고나면 꽤 쌀쌀할거 같았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여느 이맘때처럼 새로산 책을 쌓아두고 커피를 내린 머그잔이 옆에 있고 (중간중간 담뱃재를 태우며) 머리를 쓰고 계셨다. 사교육을 잠재우려는 정부의 근본적이지 못한 대책에 대해 잠깐 논하다가 - 언어 지문은 상당히 어려웠는데 EBS 기출이라고 한다 - 배가 고팠다. 뭘먹을래, 음.. 밥이요. 여기 어디가 열었으려나? 일요일이라.. 교대는 법무사무소가 대부분이라 주말이면 조용해진다. 밥집들도 거진 문을 닫아서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몰려다니는 분식집들 정도가 열려있다. 선생님과 나의 취향은 대개, 그런곳의 조미료에 지쳐있으므로 담백한 밥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심의 미타니야 소바정식이나.
짬뽕밥같은거두 좋은데.. 칸지고고요? 거기까지? 푸하오에 갈까.. 아니다. 너가 짬뽕이라고 하니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었어. 벌써 어둠이 내린 골목골목을 걸어 빨갛고 왕주징이란 한자가 흘려진 간판을 찾았다. 따뜻한 실내에 온통 여기저기 중국 레스토랑(중국집이라기보다) 특유의 빨간색이 보였다. 작은 테이블에 앉아 굴 짬뽕 홍(합)짬뽕 낙지 짬뽕 중에 낙지로 고르고 선생님은 잡채밥을 주문하셨다.
근황을 늘어놓으며(나) 스티브 잡스를 말하며(선생님) 낙지 한마리가 통째로 나온 짬뽕국물을 호호 떠마시다가 무척 맵고 따뜻해서 얼얼해진 속을 안고 선생님은 슈퍼에 들러 담배한보루를 사들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커피를 내렸는데 선생님 머그잔이 마지막이어서 넌 새거로 마셔라, 하고 갓딴 봉튜의 원두로 고소한 냄새와 커피를 내렸다. 공부를 좀 하다갈래요. 옆방 책상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남은 소화기를 마저보고 중간에 단게 생각나서 쑹쓩 추위를 뚫고 편의점에 달려가 아몬드빼빼로를 사와서 한두개 깨작이고 스퍼트를 좀더 올렸다.
가자- 하고 옷을 챙겨입으시는 선생님. 나도 주섬주섬 책을 다시 가방에 밀어넣고 따라 나와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좁은 주차로를 빠져나와 언제나 허망하고 휘황한 강남역에 불빛을 지나 대로의 귀가길에 나는 또 투덜대기 시작했다. 모두가요, 정말 열심히 살거든요. 의과 대학때도 그러했고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가 되어서도 여유없이, 전혀 우아하지않게요. 그렇게 4년이 지나면 우리병원은 나름 좋은 수련 병원인지라 어느 정도 레벨의 그 과 전문의가 만들어져요. 그러고나면. 그후엔 뭔가요. 뭘위해서 그들은 감기환자를 보기위해서, 영광의 그 자리를 향한 긴 눈치보는 생활을 위해 산넘고 산넘어 가는건가요. / 아가들은, 짐승들은, 태어나 아무것도 할줄 몰라도 먹으려고 한다. 그걸 ㅇㅇㅇ의지라고 하지. / 본능 아니에요? / 그래, / 모든게 그저 생존하기 위해 살기위해서 그러는거란 말이에요? / 살기 위해서 라기보다 죽지 않기 위해서 라는말에 가깝다고 본다 / 그게 전분가요? / 그래서 허무한거지.
삼성역에 내리면 택시를 타야겠다, 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사거리를 지났다.
그럼 허영은 뭐에요?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우아한 언니들이 그걸위해 (초인적일만큼) 많은 것들을 견디고 있는걸 봤어요. / 능력 이상의 과욕이지. 자기 것이 아닌 이 나라 사람들이 빠지기 쉽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건 어느 때 벽에 부딪치게 되있고, 곧 정당하지 못한 수단으로 채울길을 찾게된다. 쉽게 망가져.
리베이트에서 벗어나야해. 너의 사회도.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난것도 운이고 그것의 결과로 얻은것에 대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지. 아무도 빌게이츠를, 잡스를 욕하지 않아. 오히려 그가 가진 것에 비해 축소한다고 여기지.
침대에 눕자 어떤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음날 일어나 전날의 짬뽕밥을 생각하니 그 느낌은 더욱더 확실해졌다.
- 선생님, 허무해도 제겐 망양루가 있으니까요.